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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승 칼럼]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부천

기사승인 2019.02.07  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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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洞名)은 역사성과 정체성 미래비전까지 담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천시와 광역동...수주,은성,펄벅,원미산

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문화특별시 부천(富川)의 옛 지명은 '수주(樹州)'이다. '논개', '봄비' 등 명시와 함께 수필집 '명정40년'을 남긴 민족시인 변영로(卞榮魯/1897~1961) 선생은 부천을 사랑한 나머지 부천의  옛 지명(地名)인 '수주'를  차용해 자신의 호(號)를 수주(樹州)로 지었다. 서울에서 거주할 때도 주소는 부천에 두고 있었으며 죽어서 부천의 고향집 뒷산 고강동산 63~3번지에 묻혔다.

   
▲ 부천시 오정구 오정대로에 세워진 수주 변영로 선생 동상 ⓒ부천타임즈 양주승

원혜영 국회의원이 부천시장 시절 변영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변영로의 호 '수주'를 따서 1999년 9월 10일 역곡1동에서 까치울 사거리-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고강초-고리울사거리-수주초등학교까지 길이 5,6km, 폭 25.35m의 왕복 4차선 도로를 '수주로'로 지정하고 '수주로' 표지석을 세웠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

하지만 3년 후 2012년 부천시 도로명 주소위원회는 도로명 새주소 개편작업을 하면서 고강본동에서 역곡동에 이르는 '수주로' 도로명을 없애고 '역곡로'로 변경하는 우를 범했다.

이를 두고 원혜영 국회의원은 "'수주로'를 '역곡로'로 변경하는 참담한 일이 생겼다"고 이야기 하면서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일갈했다.

각설하고....

부천시는 문인들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부천과 인연을 맺고 발자취를 남긴 문인들은 퓨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벅(Pearl S. Buck)을 비롯하여 민족시인 수주 변영로,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국민동요 '자전거'의 노랫말을 지은 은성 목일신, 1980년대 구도심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양귀자 작가 등이다.

이같은 문학적 인프라에 힘입어 부천시는 2017년 10월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어 영국의 에든버러, 아일랜드의 더블린, 체코의 프라하와 같은 세계 유수의 문학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에 이어 2018년 1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도시 조성사업 예비도시로 선정되어 시민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문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생활문화도시로 추진해 나간다.

부천시 곳곳에 문학적 DNA와 스토리텔링이 산재해 있지만 부천시가 오는 7월 실시를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광역동 명칭에는 지명에 대한 역사성과 문학적 스토리를 완전 배제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천 역사와 마을의 스토리를 담은 지명이 단 한 곳도 없어

부천시는 현재  36개동을 2~5개를 한 개의 동(洞)으로 묶은 10개 동▲심곡동(심곡1동,심곡2동,심곡3동,원미2동,소사동)▲부천동(원미1동,역곡1동,역곡2동,춘의동,도당동)▲중동(중동, 상동)▲신중동(중1동,중2동,중3동,중4동,약대동)▲상동(상1동,상2동,상3동)▲성주동(심곡본동,심곡본1동,송내1동,송내2동)▲소사동(소사본동, 소사본3동)▲범안동(괴안동,범박동,역곡3동)▲성곡동(성곡동,고강본동, 고강1동)▲오정동(오정동,원종1동,원종2동,신흥동)에는 부천 역사와 마을의 스토리를 담은 지명이 단 한 곳도 채택되지 않았다.

수주 변영로를 상징하는 <수주동>, 은성 목일신을 상징하는 <은성동>,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인도주의자인 펄벅을 상징하는 <진주동, 또는 벌벅동>은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라면 채택되었어야할 동명(洞 名)임에도 논의하지도 않았거나 채택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원미산 진달래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상징하는 <원미동>마저도 <부천동>으로 통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원미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만개해 진달래꽃 축제가 열리면  수도권에서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부천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표현은 양귀자의 단편소설 <한계령>에 나오는 구절로 "흐드러지게 피었다"라는 표현의 발원지가 바로 원미산 진달래 꽃이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연초록 잎사귀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가만히 있어도 연초록 물 들것 같더라고,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에서나 쳐다 볼 수 있는 길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 사진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펄벅기념관-중앙공원에 세워진 수주 변영로 선생 논개 시비-정지용 고향 시비-목일신 자전거 시비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동은 그 지역 주민만의 것이 아닌 부천시민 전체의 것
동명(洞名)은 역사성과  정체성 미래비전까지 담아야

없는 스토리도 꿰어 도시에 색을 입히는 마당에 이번 일은 문화도시 부천이 퇴행하는 모습으로 아주 안타깝다. 동명 선정을 위한 연석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하지만 졸속행정이 아닐지? 동은 그 지역 주민만의 것이 아닌 부천시민 전체의 것으로 역사성과  정체성, 미래비전까지 담아야 하는데, 문학인 한 명도 동명 지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도 졸속행정으로 지탄 받아야 할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많은 의견들을 수렴해 문화도시, 문학창의도시로서의 면모를 지켜야 한다.

창의(創意)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이다. 따라서 부천시는 혁신능력이 있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도시 부천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려면 동명(洞名)에서부터 역사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광역동 실시와 관련하여 오는 3월 부천시는 '행정구역 개편 조례안'을 부천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조례안 심의 시 졸속으로 결정한 동명이 다시한번 검토 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양주승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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