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이종섶의 詩장바구니-45] "화 낮추고 몇 시간 푸욱 끓여"

기사승인 2020.01.20  13:45:31

공유
default_news_ad1

- 올해는 부디 화가 날 때마다 그 "화 낮추고 몇 시간 푸욱 끓여"

   
▲ ⓒ부천타임즈


신현복

화 낮추고 몇 시간 푸욱 끓이고 나면
진한 곰탕이 된다
사골 더 맛있게 우리려면
끓이는 물에 넣기 전
한동안 찬물에 담가 둬야 좋은 것처럼
받아 든 순간 끓이려 하지 말고
잠시 담가 둘 줄 알아야 한다

진국으로 우려먹을 줄 알면
생의 요리법 제법 배운 것이라는데
아직도 나 욕먹을 때 문득 서러워지는 건
내 요리 실력 이론뿐
솜씨 여전히 서툰 까닭이다

청상의 시집살이를 솔껄불로 우려내던
어머니의 진한 그 곰탕 맛이
그리운 까닭이다

   
▲ ⓒ부천타임즈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보다도 분노를 해결하고 다스릴 줄 안다면 지혜롭게 살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노를 처리하지 못한 채 그 분노로 인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인생을 결코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화 낮추고 몇 시간 푸욱 끓이고 나면" 국물 맛이 아주 좋은 "진한 곰탕이" 됩니다. 사골을 "더 맛있게 우리려면" "한동안 찬물에 담가 둬야 좋은 것처럼" 화가 났을 때도 "받아 든 순간 끓이려 하지 말고/잠시 담가 둘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서툴기만 해서 이론만 알뿐 실제로 행하는 건 부족하기만 합니다. "진국으로 우려먹을 줄 알면/생의 요리법 제법 배운 것"일 텐데 "아직도 나 욕먹을 때 문득 서러워"집니다. 왜 그럴까요. "내 요리 실력 이론뿐"이어서 "솜씨 여전히 서툰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화를 잘 삭이고 우려서 먹기 좋은 국물을 만들어 보겠다구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펄펄 끓는 물을 다른 사람에게 퍼붓지 않겠다구요. 나 자신에게 부어 데인 상처 때문에 신음하지도 않겠다구요.

화를 삭이고 우려내면 화(花)를 피우는 거름이 됩니다. 그러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쏟아내면 태우는 화(火)가 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에 꽃을 피울 수도 있고 불을 지를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부디 화가 날 때마다 그 "화 낮추고 몇 시간 푸욱 끓"여 "진한 곰탕"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머니가 그러셨듯이요. 만일 어머니가 그러지 않으셨다면 당신이 그런 부모가 되어 당신의 자식이 당신을 그렇게 그리워할 수 있게요. 그래서 누구나 다 "어머니의 진한 그 곰탕 맛이/그리운 까닭이다"라고 말하며 살아갈 수 있게요.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이종섶 mybach@naver.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