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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역 노숙자의 엄마였던 노점상, 세상을 뜨다

기사승인 2022.12.29  14: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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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효정씨 부천장례식장에 안치 12월 30일 발인,부천역 마루광장에 분향소 설치

   
▲ 부천역 노숙자의 엄마였던 노점상, 세상을 뜨다. 부천장례식장에 안치된 고 주효정씨

[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부천역 북쪽 광장은 택시와 화물자동차만 다니던 곳이었다. 2016년 광장은 마루가 깔린 넓은 공간으로 바뀌고, 부천시는 마루광장으로 이름을 지었다. 마루 구조의 특성상 당연하게 노숙자가 많이 모였다. 

부천역 마루광장에서도 바람을 피할 수 있고, 그늘이 드리워져 노숙자가 집중된 곳에 가장 가까운 곳에 노점 H28(부천시 부천로 8-3)이 있었다. 부천시가 재산 2억5천만 원 이하의 부천시민에게 허가한 '합법 노점'이다. 그 노점이 주인을 잃었다. 이 노점의 주인은 부천 햇살상인협동조합 주효정 사무장(57)이며 노점에서 탕수육과 옥수수를 팔았다.

주효정 사무장이  12월 27일 오전 부천시 심곡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부검 결과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지난 23일 5시 부천시 심곡동 청개구리식당(대표 이정아)에서 <거리에서>란 '네트로 성탄 파티'가 열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점상과 노숙자가 일반 시민에게 제공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노점상은 설렁탕과 고기를 내놨고, 노숙자들은 떡을 준비했다. 

또한 이 날 행사에 경품으로 제공된 문화상품권 1만원 권 10장은 주효정 씨가 보살핀 노숙자가 모인 '부천 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오정뜰어울림한마당(동요대회)에서 <노을>이란 동요를 불러서 수상한 우수상 상품이었다. 아래는 '부천 드림팀' 명의 부고 문자 내용이다. 그가 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 

   
▲ 이 날 행사에 경품으로 제공된 문화상품권 1만원 권 10장은 주효정 씨가 보살핀 노숙자가 모인 '부천 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오정뜰어울림한마당(동요대회)에서 <노을>이란 동요를 불러서 수상한 우수상 상품이었다.

"부천역 마루광장 위에서 노점을 하시며 거리에서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돕고 사건 사고가 나면 경찰서로 달려가며 밤낮도 없이 활동해오신 활동가 주효정 선생님께서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기 몸 아픈 것 돌볼 여유도 없이 밤낮 먹을 것, 입힐 것, 잘 곳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신 선생님이 이렇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나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 너무 슬프지만 선생님께서 남기는 시민으로 이웃으로 우리가 함께 할 일이 있습니다. 가족보다 노숙인들과 함께 아파하고 고난 속에 동행하신 선생님을 잃은 가족들을 함께 위로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주 씨가 돌봤던 노숙자들을 만나봤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노숙자 정 씨는 "3년 전에 만났고, 나는 술도 끊었다. 알콜 중독으로 2~3번 차례 병원에 가던 주태백이였다. 하지만 부천역에서 만난 주 씨 덕분에 원룸과 고시원을 얻어주고 노숙자 쉼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부천역 노숙자의 엄마나 다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좋은 일 하다가 하늘나라 가셨으니 행복하실 것이다. 노숙자로 살았다. 술 취하면 욕하고, 덤비고, 싸웠다. 주 씨가 식구로 감싸준 것이 변화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 생전의 주효정씨 ⓒ부천타임즈

노숙자 박 씨는 "2000년부터 부천역을 중심으로 30명 이상의 노숙자를 관리했다. 노숙자로 지냈던 나를 수급자로 지정받게 도왔다. 주 씨의 조언으로 분노조절장애와 알콜 중독을 앓고 있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동료를 도우면서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주효정 씨는 도망간 수급자 3명의 월세 140만 원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세상을 뜨기 하루 전인 12월 26일 밤 8시에도 부천시 송내동의 노숙자의 강권에 못 이겨 김치와 담뱃값을 건네고 심곡동 집으로 돌아왔다.

주 씨는 올 한 해 동안 부천시 심곡동 청개구리식당과 함께 노숙자 등을 대상으로 음식 조리 교실, 꿈을 통한 상담, 동요 교실, 도예 교실 등을 열면서 자존감을 높이기도 했다. 

'부천역 노숙자의 천사이면서 엄마'였다가 부천역 노숙자와 이별한 주 씨는 현재 부천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가 12월 30일 오전에 발인할 예정이다. 또한 부천역 마루광장 노점(H28)에는 분향소가 오는 29일 저녁부터 4일까지 마련돼 그의 뜻을 기억하려는 부천시민의 조문을 받는다. 또한 4일에는 추모제도 예정돼 있다.

   
▲ 주효정씨가 운영했던 부천역 마루광장 노점 H28 문이 닫혀 있다/고인은 이곳에서 옥수수와 탕수육을 팔았다

양주승 기자 webmaster@bucheontimes.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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