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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①] 나석중의 '우화(羽化)'

기사승인 2019.03.18  10: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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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타임즈

우화(羽化)
나석중


들꽃 찾아가는  한적한 길

숲 그늘에 빈 목관 하나 걸려있다

섬뜩했으나 그것은 빈 고치일 뿐

오랜 죽음에서 깨어나

새 날개를 얻어서 날아간 이는 누군지

이제는 내가 빈고치 안에 들어가 눕는다

바람이 뚜껑을 덮고 텅텅 못질을 한다

죽은 다음에야 죽음을 알겠지만

이대로 영원한 잠에 든다면 관 밖

기억을 사로잡는 세상의 그립고 낯익은 것들

과연 망각의 두려움을 잊을 수 있을까

웅크리고 파들던 유년의 아랫목 같아

사람의 끝이 무섭지는 않다

나석중 시인의 「우화」는 인생의 끝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노래합니다. 나이 많은 시인으로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나이에 맞는 시인이 어떠해야 하는지, 나이에 맞는 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나이에 맞는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시라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시에 대한 해설은 어쩌면 사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음 깊이 와 닿는 이 좋은 시를 읽으면서 가슴 그윽한 숨결로 공감하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 시에게 주는 가장 적절한 찬사이니까요.

   
▲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 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이종섶 mybach@naver.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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