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이종섶의 詩장바구니-70]나뭇가지의 질문법​

기사승인 2020.07.13  14:06:55

공유
default_news_ad1
   
▲ ⓒ부천타임즈

나뭇가지의 질문법​
박남희

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뾰족한 것으로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달 것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고
그 이파리가 울다가
그 이파리로 어디론가 굴러가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울것

그리하여 제 이파리 모두 떨구고
허공이 온통 맑은 날
공중에 오래된 바람소리 풀어놓고
눈물같이 여린 초승달 하나 낳아놓을 것

그리고는 안으로 안으로
의문의 강을 풀어내어
나이테의 두께를 늘려갈 것

그런 후에는
바람 밑에 숨겨두었던 뿌리에게 넌지시
물의 안부를 물어볼 것

   
▲ ⓒ부천타임즈

「나뭇가지의 질문법​」이라는 시는 첫 행을 던져 놓고서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입니다. "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그 의문에 대한 "나뭇가지의 질문법"인 셈입니다.

나뭇가지는 "뾰족한" 가지로 "의문으로 가득" 차 있는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답니다.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면서 "울다가"는 "어디론가 굴러가"서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게 "제 이파리 모두 떨"군 후에 "허공이 온통 맑은 날"이 찾아오면 "공중에 오래된 바람소리 풀어놓고"서는 "눈물같이 여린 초승달 하나 낳아놓"습니다. "안으로 안으로/의문의 강을 풀어내어/나이테의 두께를 늘려"갑니다. 그런 일들을 위해 또 앞으로를 위해 "바람 밑에 숨겨두었던 뿌리에게 넌지시/물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나뭇가지의 이러한 질문법은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의문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보여줍니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답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질문도 되고 동시에 해답되 되는 그런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마음 깊이 다가오는 것은 '의문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의 원래 생김새나 성향대로 하지 않고, 그것에 무엇을 더하거나 보완해서 질문을 하거나 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의 기질이나 특질을 의문을 향해 그대로 던지거나 드러내지 않고, 그것에 무언가를 씌우거나 덧입혀서 내보내는 자세야말로 의문을 잔뜩 품은 환경이나 대상을 향한 지혜로운 자세입니다.

건드리고 찌르는 것은 질문도 아니어서 의문을 해결하는 자세는 더더욱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자세는 질문과 해답이 아니라 논쟁과 싸움일 뿐이어서, 분노와 다툼만 일으키고 맙니다. 자신의 그런 속성과 감정을 버리고 눈물 가득한 얼굴로 우는 것만이, 그러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썩는 것만이 풀기 어려운 의문을 푸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 나이테 ⓒ부천타임즈

보통은 의문을 풀기 위해 '밖으로 밖으로' 방향을 정하고 발설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나뭇가지의 질문과 해답처럼 "안으로 안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 의문이 강처럼 깊고 넓고 길지라도 안에서 풀면서 자기 "나이테의 두께"를 점점 늘려가야 합니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 안이 아닌 밖을 향하는 것은 자기 안에 상처 많은 나이테만 늘리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 밖이 아닌 안을 향하는 것은 온전하고도 단단한 나이테를 차곡차곡 늘려가는 것입니다.

그 일이 중도에 그치지 않도록, 그 일이 계속 이어지도록 뿌리를 통해서 "물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두 번은 밖이 아닌 안을 향해 질문과 답을 하는 지혜로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나, 그런 행동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물의 안부"를 물어 의문이 가득한 형편에서도 성장과 성숙을 갖추어 가는 것입니다.

뾰족한 생김새와 찌르기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나뭇가지에게 깊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원망과 분노의 울음을 울다가 상처가 곪아 터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심장으로 울면서 보드라운 거름으로 썩는 것, 밖을 향해서 감정을 표출하고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나이와 세월의 두터움을 안정적으로 확보해가는 것. 나뭇가지가 들려준 지혜의 말씀입니다.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이종섶 mybaha.naver.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