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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⑥] 즐거운 소음

기사승인 2019.04.22  08: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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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 ⓒ부천타임즈

즐거운 소음
고영민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층간소음에 관한 기사를 자주 읽는 요즘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자주 듣는 요즘입니다. 아래층이나 위층에서 건물 전체가 울리도록 소리가 난다면 짜증이 나겠지요. 그 소리가 낮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고 지나가겠는데 한밤중이라면 도저히 견디기 힘들겠지요.

여기에 층간소음에 관한 시 한 편이 있습니다. 못 하나가 건물 전체를 울리는 소음입니다. 그것도 무분별하게 한밤중에 울리는 소음입니다. 이때 시인은 그 "틈 하나"를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고 말합니다. 그 인식을 따라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 일도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조금씩만 양보하면"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리는 것을 보니 층간소음에 예민해져 귀가 어두워졌거나, 아니면 아직은 층간소음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마음 하나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한밤중의 소음을 /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라는 자세를 배우기로 합니다.

"웃으면서 참는다"에는 웃음과 인내가 있습니다. 층간소음을 들을 때 웃음과 인내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만일 웃음만 있다면 그것은 공허한 웃음 내지는 비웃음의 속성이거나, 아니면 그 순간에는 좋은 마음으로 웃었어도 두 번 세 번 계속 들려오는 층간소음에는 결국 웃음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반대로, 웃음 없는 인내만 있다면 그 순간은 참을 수 있고 또 몇 번은 참을 수 있어도 결국엔 그 인내가 폭발하고 말 것입니다. 참았다가 터지는 분노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참아야 하고, 참으면서 웃어야 합니다.

사람의 삶이 꼭 층간소음뿐일까요. 사람간의 소음도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층간이든 사람간이든 그 소음을 "웃으면서 참는" 자세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짜증나는 소음이 아니라 이 시의 제목처럼 "즐거운 소음"이라고 말해보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일을 즐거운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의 실력이 아니라, 짜증나는 일을 즐거운 일로 바꿀 줄 아는 것이 마음의 실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날입니다. 그 실력에서 작은 양보가 나온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되새겨보는 날입니다.

   
▲ 이종섶 시인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이종섶 mybach@naver.com

<저작권자 © 부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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