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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⑦]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기사승인 2019.04.29  09: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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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밋밋한 누런 털을 가엽게 여긴 친구가 손도장을 꾹꾹..."

   
▲ ⓒ부천타임즈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김재홍


밋밋한 누런 털을 가엽게 여긴 친구가 손도장을 꾹꾹 눌러줬기 때문이라는

키플링의 진지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표범의 얼룩무늬는

멜라닌 색소의 분포도일 뿐이며

개체에 각인된 유전 명령의 실행 결과일 뿐이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으므로

표범은 앞으로도

그들의 무늬만큼 살아갈 것이며

멜라닌 색소도 그들과 함께 반복 재생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표범이 날마다 간절히 쫒아다니는

얼룩말의 줄무늬는

포식자의 눈을 시리게 만들고 혼란에 빠뜨려

마침내 하루라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고도의 위장술이 아니라,

간단한 화학반응의 결과일 뿐이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으므로

얼룩말은 앞으로도

그들의 무늬만큼 살아갈 것이며

멜라닌 색소도 그들과 함께 반복 재생될 것이다

반응이 발생 초기에 일어나는 얼룩말은

줄무늬를 띨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늦게 일어나는 표범은

얼룩무늬를 띨 수밖에 없다

반응의 물리적 규모와 크기는 변할 수 없지만

반응 시점에 세포의 표면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 ⓒ부천타임즈

표범의 얼룩무늬를 보면서 키플링은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밋밋한 누런 털을 가엽게 여긴 친구가 손도장을 꾹꾹 눌러줬기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표범의 얼룩무늬는 / 멜라닌 색소의 분포도일 뿐이며 / 개체에 각인된 유전 명령의 실행 결과일 뿐"이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마찬가지로 표범이 날마다 간절히 쫒아다니는 / 얼룩말의 줄무늬는 / 포식자의 눈을 시리게 만들고 혼란에 빠뜨려 / 마침내 하루라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 고도의 위장술이 아니라, / 간단한 화학반응의 결과일 뿐"이라면 또 어떻게 할까요?

표범과 얼룩말은 "앞으로도 / 그들의 무늬만큼 살아갈 것이며 / 멜라닌 색소도 그들과 함께 반복 재생될 것"인데요. "반응이 발생 초기에 일어나는 얼룩말은 / 줄무늬를 띨 수밖에 없고 / 상대적으로 늦게 일어나는 표범은 / 얼룩무늬를 띨 수밖에 없다"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키플링의 생각에 동조하나요? 아니면 김재홍 시인의 의견에 동조하나요?

정글북의 작가이면서 최연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키플링과 한국어로 시를 쓰면서 살고 있는 평범한 시인 김재홍.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면 명성에서부터 키플링이 김재홍을 압도하겠지만, 역설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김재홍 시인이 현실적으로 더 진지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멜라닌 색소의 유무에 따라 또는 멜라닌 색소의 반응 시점에 따라 줄무늬가 될 수밖에 없고 얼룩무늬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생각이 표범이나 얼룩말을 위한 "진지한 생각"이라고 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표범이나 얼룩말이 너무 가여워져요. 진지하지 못한 생각으로 인해 다른 이미지나 기대를 덧칠했기 때문인데요. 그때의 표범이나 얼룩말은 인간이 가공한 동물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표범이나 얼룩말에 대한 인위적인 생각은 어쩌면 인간이 습관적으로 가지는 본능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표범이나 얼룩말 같은 동물 이야기를 인간 위주로 접근하게 되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들을 향해서도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니까요.

아이들이 발현하는 그 어떤 것이든 "개체에 각인된 유전 명령의 실행 결과"로써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표범 어미는 표범 새끼에게 사자가 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얼룩말 어미는 얼룩말 새끼에게 호랑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니까요.

"유전 명령의 실행 결과"로써 살아남으며 또 살아가는 유전 명령의 세계에서는 줄무늬와 얼룩무늬, 그리고 그 어떤 또 다른 무늬가 있을지라도 어느 것이 더 우월하거나 어느 것이 더 열등하다고 하지 않아요. 유전 명령의 충실한 실행으로써 나타나는 모든 것은 저마다 아름답고 귀하며 살아갈 가치 또한 충분하니까요.

 

   
▲ 시인 이종섶

이종섶(시인,평론가)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2019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

이종섶 myba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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